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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2등 먼저, 디즈니+

2024.08.02

 

2016년 1월 7일 첫 구독 서비스 시작 후 한국시장 내 영향력이 미미했던 넷플릭스는 COVID-19로 인해 가정 내 체류 시간이 강제적으로 증가하면서 가입자가 급증, 최대 수혜자가 됐다. 특히, 국내 방송 콘텐츠의 넷플릭스 쏠림 공급은 한국 시장 내 실시간 시청 인구의 감소를 초래해 방송 및 광고 시장의 침체를 만들어 내고 있고 콘텐츠 제작의 주체에 따라 다양한 OTT가 공존하고 있는 미국의 미디어 시장과 달리 한국의 OTT 시장은 넷플릭스만 승자인 굉장히 기형적인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2021년 11월 12일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디즈니+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 시장 내 4위의 OTT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는 넷플릭스 대비 콘텐츠의 수급 및 질적 양적 차이도 있지만 엄밀히 본다면 본인들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 및 편성 전략의 부재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 왜냐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메가 IP를 보유한 미디어 회사는 월트디즈니이기 때문이다 
 

[ 한국 내 주요 OTT 월 이용자수 추이 ] 


 

너무 일찍 터뜨린 축배와 자만, 넌 넷플릭스가 아니야

루저로 전락한 디즈니+의 얘기에 앞서 한국의 OTT 시장 상황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필요할 듯 하다. 1위 넷플릭스는 글로벌 콘텐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안정적으로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급하고 있고 한국 내 주요 인기 방송 콘텐츠를 독점 공급함으로써 강력한 락인 효과를 누리고 있다. 2022년 넷플릭스 Top 10 콘텐츠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이 오리지널 콘텐츠는 단 하나도 없이 모두 한국 방송사의 제작 콘텐츠가 차지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티빙과 쿠팡플레이는 구독자 증대를 위한 핵심 콘텐츠로 스포츠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빙은 자체 제작 및 CJ ENM 콘텐츠, 쿠팡플레이는 쿠팡 로켓와우 멤버쉽 증대를 위한 가성비팩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한국 내 후발주자인 디즈니+는 원래 콘텐츠 제작사이기 때문에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를 강점으로 한다.   
 

디즈니+의 짧은 전성기를 얘기할 때 흔히 <카지노>와 <무빙>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유일한 성공작은 <무빙>으로 국한할 수 있다. <무빙> 공개 후 디즈니+는 단 2개월 동안 월 이용자수가 219만명(총 이용자는 434만)이 증가하였고 이는 기존 이용자의 2배에 해당한다. <카지노>는 1, 2부가 오픈됐던 약 3달의 기간 동안 단지 51만의 이용자를 유입시켰을 뿐이다.
 


[ 디즈니+ 월 이용자수 비교 : 카지노 vs 무빙 ]  &

<카지노>와 <무빙> 인기의 근원적 차이는 무엇일까? <카지노>가 대한민국 남성에 국한된 인기를 얻었다면 <무빙>은 글로벌 히트 콘텐츠란 점이다. 국내를 넘어 일본,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디즈니+ 아태지역에서 No.1 시청 콘텐츠였고 미국 OTT인 Hulu에서도 한국 콘텐츠 중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였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높은 화제성과 관심이 역으로 국내 디즈니+ 이용자 증가를 부채질한 형태가 되었다. 콘텐츠 제작 시 시청의 대상을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타겟까지 포함한다면 제작비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빙>의 성공을 보면서 디즈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단순히 K콘텐츠를 양산하면 국내외 흥행이 보장되고 본인들의 마블 & 스타워즈 유니버스가 있다면 본인들도 넷플릭스가 될 수 있다고 큰 오산을 한 것 같다. 그들이 자랑하는 마블 & 스타워즈 유니버스는 미국시장 외 팬덤이 낮고 매니아들 또한 중장년층이어서 전혀 메리트가 없다. 최근 <오징어게임> 주연이었던 이정재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의 국내 흥행이 저조한 이유는 타겟 확장성의 관점에서 <애콜라이트>는 MZ 타겟들에게는 관심없는 늙다리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무빙>으로 자심감이 붙은 디즈니+는 갑자기 K콘텐츠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계정 공유에제한을 둔 구독료 또한 23년 11월 1일부로 4,000원 인상했다. 국내 Big OTT 구독료는 거의 대부분 인상되었기에 이용자수의 감소 원인을 구독료에서 찾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콘텐츠 시청의 주체를 갖고 이 원인을 찾고자 한다.
<무빙> 공개 시 이용자수의 급증은 2개월 동안 여성 타겟 129만명의 신규 유입이 주원인인데 안타까운 것은 이탈비율 또한 남성 대비 훨씬 높다. <무빙> 종료 후 디즈니+의 K콘텐츠 편성 전략은 이들을 지키기에 과연 적절했을까? 안타깝게도 디즈니+는 한국의 주요 인기 방송 콘텐츠 외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동시 노출로 All People을 동시 만족시키는 넷플릭스의 전략을 기묘한 방법으로 따라하기 시작하는데 일종의 “하면 된다”라는 자만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무빙> 공개 시 디즈니+ 월 이용자수 성별 비교 ]
 

마블 및 스타워즈 유니버스가 한국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면 특히, 넷플릭스 처럼 한국의 핵심 방송 콘텐츠를 공급받지 못해 최소한의 락인 기재가 빈약하다면 그들이 제작하는 한국의 오리지널 드라마는 매번 <무빙>처럼 빅히트를 치거나 혹은 시청 타겟에 있어 매니아층이 아니라 Family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성을 갖고 있어야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었다. <무빙>은 드라마/액션 외 가장 중요한 가족이라는 테마를 갖고 있어 시청 타겟 자체가 All People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탄탄한 연출과 내러티브를 통해 한국은 물론 할리우드식 히어로물에 식상했던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무빙> 이후 공개된 디즈니+의 K콘텐츠 제작 및 편성 전략은 <한강> 외 시청 타겟의 보편성 없이 제한된 시청 타겟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콘텐츠 장르 및 소재에 있어서도 글로벌적인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특히, <무빙>으로 인해 급증한 여성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핵심 오리지널 드라마는 남성 타겟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패착이다. <무빙>의 후속작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동백꽃 필무렵>, <눈물의 여왕>과 같은 콘텐츠였다면 디즈니+의 이용자들이 이처럼 급감했을까? 디즈니+는 <무빙>의 성공에 도취해 좀 더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을 양성, 한국 OTT 시장 내 2등이 되어 넷플릭스와 경쟁할 최소한의 여력을 만들어야 할 시간과 기회를 그들의 자만으로 날려버렸다.
 

[ <무빙> 이후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




디즈니+에게 남은 기회는 단 1번,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디즈니+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은 이미 2025년 일부까지 확정된 상황이고 지금과 동일한 콘텐츠 제작 및 편성 전략의 연장선을 고려할 때 디즈니+의 고전은 지속될 것이다. 아마도 강풀 작가의 <무빙> 세계관 내의 후속작, <브릿지>와 <타이밍>이 드라마로 구현되는 시점이 그들에게는 한국 시장 생존의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그때까지 그들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은 철저하게 매니아 타겟이 아닌 Family 지향적, 절대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넷플릭스처럼 수많은 콘텐츠의 동시 공개로 All People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면 콘텐츠의 타겟 범용성은 그들의 유일한 생존의 길일 것이다. ‘건전한 즐거움의 제공’이라는 월트디즈니의 모토는 결국 Family의 만족도 극대화를 꿈꾸는 것이다.  
 


김형욱 오디언스플래닝2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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