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보는 세상
업무상 대규모 가구 박람회를 참관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전 세계의 가구와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한 도시에 모여 그 해의 디자인 트렌드를 선보이고 다양한 제품과 공간 디자인을 경험하는 행사입니다. 대표적으로 매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Milan)에서 열리는 60년 전통의 살로네 델 모바일 (Salone del Mobile) 가구 박람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가구사, 인테리어 회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과 디자인을 뽐내며 전시관을 꾸밉니다.
이 박람회에 모인 가구 전문가와 바이어들은 전시관을 관람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합니다. 그들은 전시된 가구는 물론 벽체, 찬장 도어, 선반, 수전, 심지어 바닥 러그까지 모든 기물을 끊임없이 손으로 쓰다듬고 문지르고 눌러 봅니다. 마치 눈이 아닌 손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죠. “왜 저렇게까지 만져보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그들을 따라 제품들을 만지고 누르다 보면 어느 순간 ‘딱’하고 느낌이 옵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우드 테이블도 브랜드마다 텍스처가 다르고, 수 많은 찬장 슬라이딩 도어들도 ‘스르륵’하고 열리는 느낌이 천차만별입니다. 그 미세한 차이에서의 격차를 찾아 내기 위해 열심히 만지고 누르고 문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가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객 경험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른 어떤 미디어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손으로 만지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의 차별성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물리적, 감각적 특성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아울러, 경험 마케팅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와 고객 간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사례 1: LEGO의 "LEGO House"
LEGO의 고향 마을, 덴마크 빌룬(Billund)에 위치한 "LEGO House"라는 체험형 공간을 통해 고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덴마크 여행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은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LEGO 블록으로 구성된 거대한 놀이 공간입니다. 사용된 레고 블록은 무려 2천5백만 개에 달합니다. 방문객들은 다양한 테마의 방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LEGO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블록을 사용한 인터랙티브 게임과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LEGO House"는 고객이 LEGO 제품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체험하고, 가족과 함께 창의적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고객에게 LEGO 브랜드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제품에 대한 애착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사례 2: Tesla의 "Tesla Experience Center"
Tesla는 세계 곳곳에 "Tesla Experience Center"를 운영하여 전기차의 혁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센터에서는 고객이 Tesla 차량을 직접 시승하고, 차량의 성능과 자율 주행 기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Tesla의 충전 인프라와 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여, 고객이 전기차와 관련된 모든 측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Tesla Experience Center"는 단순한 차량 전시를 넘어서, 고객이 전기차의 미래를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Tesla 브랜드와 강력한 연결을 형성하고, 전기차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 마케팅은 디지털 시대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증가함에 따라, 실제 경험 공간에서의 체험이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개인화된 체험을 제공하는 업그레이드된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도구의 진화와 인공지능 시스템 도입으로 우리의 삶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다양한 형태로 온택트(ontact)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실제 경험을 통해 느끼는 강렬함은 대체 불가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