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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치료는 도처에 있었다

2024.12.24


최근 약간 득도를 한 느낌으로 뜻밖의 많은 곳에 나의 거울치료 대상자들이 있구나… 란 깨달음이 있었는데,  
그런 김에  늘 클라이언트와 크리에이티브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위해  의미있게 성찰, 고찰 같은 ‘찰’들을 찰떡같이 해보기로 했다.

내겐 두 사람이 있다.  우선 한 사람은 십 수 년 동안 나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고 있는 헤어 디자이너이신데  이렇게 오래 찾아가는 이유는 너무 많이 말을 시키지 않고 꼬치 꼬치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대충 원하는 스타일을 이야기하면 대충 내 머리 재질을 고려하여 뚝딱뚝딱 스타일을 만들어 주었다. 
컷의 감각이 좋으신 편이라 오랜 단골이 많고 나도 그 중 한 명으로 잘 지내고 있었다. 문제는 최근부터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알았던 탓인지 그 분의 ‘내가 당신을 잘 알아’ 라고 생각하는 부심 때문인지 마찰이 시작되었다. 나의 얼굴형은 이제 나이가 들어 변형되어 버렸고 그로 인해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달라졌고, 요즘의 트렌드도 당연히 바뀌었고, 내가 그 분에게 보여주는 헤어스타일 샘플 사진 또한 요즘의 스타일을 담은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하고 돌아오면 늘 그 머리, 또또 그 머리였다. “아니 늘 하던 거 말고 이거요” 하며 오기로 잔뜩 킵해 놓은 사진을 보여줘도 “언니, 이번  머리 너무 예쁜데~ 욕심이 지나쳐”란 말만 돌아왔다.  
아, 헤어 선생님과 헤어질 때가 왔나, 싶은 그 순간, 갑자기 정말 샵의 거울을 보고 드는 거울치료.  
난 나의 오랜 클라이언트에게 이런 적은 없었던가.  
이 브랜드를 너무 잘 알아서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먼저 고려하고 조심하며 아이디어를 내진 않았는지, 
내가 먼저 가이드라는 줄을 치고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이 줄을 넘지 말라는 것에 동조할 것을 강요하진 않았는지,
그 사이 클라이언트는 시장상황도 바뀌고 담당자도 바뀌고 목표하는 바도 달라져서 혁신적인 새로움을 원한다는 요구사항 속에 백프로는 아닐지라도 진심 절박함도 담겨 있는데 난 늘 듣는 말이라며 제안해도 결국 맘에 안 들어할꺼야 란 지레짐작으로 제안 라인업에서 아예 제외시키지는 않았는지,
난 나의 고객이 단골이라는 이유로 최근의 감각을 습득하고 갈고 닦는 것에 게을러지지는 않았는지, 
수많은 날고 기는 해외 사례들을 보며 새로움을 원하는 나의 클라이언트에게 적합한 사례는 무엇인지 더 좋은 제안을 내가 먼저 해볼 생각에서 무심하진 않았는지…

또 한 사람은 조금 유명한 한의사이신데 어쩌다 찾아가서 한약을 지어먹은 후 종종 가게 되었다. 상당히 친절하신 편인데 ‘별 거 아닌 데요…라며 운을 뗄 정도의 하찮은 증상이라도 아주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들어 주시고, 그걸 한의학적으로 해석하려 애쓰며 반영해서 약을 꼭 지어주시겠다 안심을 시켜 주신다. 
외과나 내과를 가야하지 않을까 싶은 증상도 그냥 수다 떨듯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 아주 그럴듯한 한방의 해석으로 되돌려 주시기 때문에 다음에 가면 어렸을 적 증상도 기억을 더듬어 말하고 싶어질 정도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간 한의원에서 돌아오며 드는 또 한번의 거울치료. (이건 거울치료라기 보단 긍정적 성찰이긴 하지만…)
아, 난 내 클라이언트에게 이렇게 적절한 크리에이티브의 해석을 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들어주고 고민하고 있는가. 
클라이언트의 고민은 거칠기 마련이고 무엇을 에이전시에 부탁해야할 지 모를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들이 뭘 원하는 지 모른다 탓하지 않고 비록 거칠지언정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은 진심으로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날 것 같은 고민들을 마주하고 있는가.
들려준 것만 고대로 풀어서 이걸 원한다면서요 라는 자세가 아닌 그들의 고민을 전방위적으로 해석하며 기대한 이상의 해법을 내놓고 있는가.
클라이언트가 시간을 내어 받아 본 우리의 아이디어가 다음에 또 보고 싶을 만큼 보람찬 것들인가.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메타인지도 재능이다. 즉, 아이디어를 잘 내는 것만이 부러워할 재능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것도 부러운 재능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만족하며 “내 아이디어 좋은데?” “못 알아본 사람들만 바보지”만 할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과제에 맞는 훌륭한 해법을 내놓은 것인가 볼 줄 아는 재능 말이다. 
오랜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내가, 오랜 단골을 대하는 헤어디자이너처럼  그가 원하는 건 이거야 단정하고 있진 않은가? 
뭘 원하는 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내가, 그들이 숨은  고민까지  싹싹 긁어 모아 시원한 해법으로 제안해 내고야 마는 좋은 파트너인가? 
더 좋은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객관적으로 되돌아 보는 계기는 우리 주변에 이렇게 아주 흔하게 널려 있다. 
우리가 느슨해 질래야 질 수 없는 도처에 깔린 거울치료, 여러분은 잘 받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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